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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부캐’라는 놀이터

작성일 : 2021-07-23

한 사람이 기존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되어 활동하는 ‘부캐(부캐릭터의 줄임말)’. 부캐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. 작년 한 해 MC 유재석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 ‘유산슬’, 혼성 그룹의 멤버 ‘유두래곤’ 등으로 활약하고, 코미디언 김신영이 ‘둘째 이모 김다비’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는 등 연예인들의 변신이 화제를 모았다. 최근에는 새롭게 등장한 부캐를 중심으로 지지 팬덤이 형성되고, 대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‘부캐 놀이터’가 더 자주 형성되는 모양새다. 대중의 참여로 다채로워지는 2021년의 오락, 부캐 열풍을 들여다봤다.

# 2021 부캐 열풍의 중심, 매드몬스터

▶이미지= 매드몬스터 유튜브 캡쳐

작년 부캐 열풍은 유재석이 이끌었다면, 올해 부캐 열풍의 중심에는 매드몬스터가 있다. 매드몬스터는 개그맨 이창호와 곽범이 열연하는 가상 아이돌 그룹이다. 두 사람은 스마트폰 카메라 필터를 통해 과하게 인위적인 모습으로 노래하고 춤을 춘다. 잘 생겨본 적 없으나 잘생긴 아이돌을 탁월하게 연기하는 천연덕스러움에 사람들은 어느덧 스며들고야 말았다. 매드몬스터의 유튜브 채널에는 ‘월드 클래스 아이돌 답네요’ ‘아이돌 코디 원탑’ ‘음색, 안무 흠잡을 데가 없음’ 등 열띤 댓글이 달리며 누구보다 진심인 반응들이다. 사람들은 터무니없어서 즐겁고, 뻔뻔해서 흥미로운 두 개그맨의 세계관에 동참하며 부캐 놀이에 몰두하는 모습이다.

▶이미지= TDI(티디아이) 데이터드래곤

매드몬스터에 대한 대중의 실제 관심도는 검색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. 매드몬스터의 최근 30일 검색량(6월 23~7월 22일)은 350,500(PC+모바일)건인 것으로 나타났다. 특히 7월 8일 검색량은32,184건으로 한 달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. 이날은 매드몬스터가 '다시 만난 누난 예뻐'라는 음원을 발매한 다음 날이다. 가상 캐릭터임에도 실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, 사랑받는 부캐의 힘이다.

# Z세대 부캐로 소통하다
부캐 열풍은 연예인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. 나만의 부캐를 만드는 데에 적극적인 일반인들도 많기 때문이다. 직장인 브이로그 촬영이 취미인 개인 유튜버라면 퇴근 후 직장인 명찰을 벗고, 영상 창작자라는 부캐로 활동하는 것이다. 사람들이 부캐를 만들어 활동하는 디지털 공간에 유튜브만 있는 것은 아니다. 부캐, 하면 네이버 앱 제페토를 빼놓을 수 없다. 증강현실(AR) 기반의 3차원 앱 제페토에서는 이용자의 취향대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. 머리 모양, 얼굴 생김새 등을 설정할 수 있어 나를 닮았지만 더 매력적인 아바타로 가상공간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.

제페토 앱의 최근 이용 현황은 어떨까? 1월 대비 2,3,4,5,6월 앱 설치율을 분석한 결과 2월(3.5%)부터 6월(16.1%)까지 5개월 동안 확연한 상승세를 보였다. 제페토 앱은 꾸준히 이용자를 유입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것으로 분석된다.

제페토의 설치자 연령을 살펴보면 단연 Z세대가 중심이다. 55%의 점유율을 보인 10대는 디지털 세계가 익숙하고, 가상세계의 부캐로 살아가는 데 큰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.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는 Z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.

내 안에 숨겨진 나를 표현하고, 누군가의 새 캐릭터에 호응하는 부캐 놀이. 가짜와 진짜라는 틀은 사라지고,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이 유쾌한 디지털 놀이터는 앞으로도 더 많은 대중의 참여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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